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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e

[EBS 지식채널e] 188 산양을 찾아서

 


 

잠복 14일 째

그 사실을 안 순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 자연 다큐멘터리

<산양을 찾아서> 촬영일지 中


산양을 찾아서


잠복 7일째 설악골 맑음


아직 산양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10대의 무인카메라에도

찍힌 것은 없다


정말 이 곳에

산양이 있기는 하 것일까?


초조하다


잠복 10일 째 귀떼기골 맑음


드디어 산양의 똥을 발견했다


굳은 상태로 보아

배설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증거

기쁘다


잠복 13일째 저항령 바람


올무에 걸려 죽은 동물의 사체 발견


두개골의 형태와 네 개의 발가락

너구리다


죽어간 동물들을 마주할 때마다

밀렵꾼들에 대한 증오를 참을 수 없다


게다가 너구리 사체와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된

산양의 영역표시


산양의 영역에 깔려있는 올무와

덫..


불긴한 예감이 든다


잠복 14일째 저항령 눈


오후 3시경

앞서 가던 일행이 나를 다급히 불렀다


"산양 같은데?"


10여m 앞

100cm 정도 되는 크기와 형태가 

분명히 산양인 듯 했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산양인가?


사체에 다가가는 다리에 힘이

점점 풀려왔다


밀렵꾼들이 기어이...


두 달 후 시사회장


결국 나는

무사히 산양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람들은 내가 찍은 산양을 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볼 수 없다


그때 그것은


그것은

노루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루라서 다행이다"


풀렸던 다리에도 힘이 돌았다


그리고

즐거워지기까지 하던 바로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노루의 처참한 죽음을

즐거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산양이 아니라는 이유로